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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거장 폴 세잔과 에밀졸라의 우정을 이야기해 보자

워터칼라 서양화가 박윤숙 2022. 6. 2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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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거장 폴 세잔과 에밀 졸라의 우정을 들여다보자.

 

세기의 거장 폴 세잔과 에밀 졸라. 그들은 엑상프로방스. 남프랑스 시골 마을에서 만난 두 소년. 화가와 글쓰는 꿈을 꾸는 폴과 에밀은 그림을 그리며 멱을 감고 사냥도 하는 등 아름다운 남 프랑에서 희망과 꿈을 키우던 어린시절의 모든 것을 공유한다. 그들은 청년이 되어 파리로 진출한다. 세기의 거장 폴 세잔과 에밀 졸라. 이 두 사람은 서로 동경하고 아끼면서도 냉혹한 비판도 서슴지 않으며 함께 성장하며 세기를 대표하는 작가와 문호로 거듭난다. 오늘은 이들의 애증이 얽힌 우정 이야기를 해보겠다.

 

1. 세기의 거장 폴 세잔과 에밀 졸라의 우정. 어린 시절 이야기

세기의 거장 폴 세잔과 에밀 졸라는 남프랑스의 시골 마을 엑상프로방스에서 만난다. 화가와 글 쓰는 꿈을 꾸는 폴과 에밀은 그림을 그리며 멱을 감고, 사냥도 하는 등 아름다운 남 프랑에서 희망과 꿈을 키우던 어린 시절의 모든 것을 공유한다. 이민자이며 가난하고 병약한 에밀을 골탕 먹이는 못된 아이들을 폴은 가만 두지 않았다. 고마운 마음에 에밀은 세잔에게 사과를 내밀었고 이는 훗날 세잔이 정물화의 소재로 사과를 자주 등장한 것도 그 원인이 아닐까 하는 짐작을 하게 한다. 찢어지게 가난한 이탈리아 이민자 출신의 졸라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머니와 함께 파리로 이사를 하게 된다.

2. 세기의 거장 폴 세잔과 에밀 졸라의 우정. 청년기.

졸라의 파리 이주를 계기로 두 사람은 파리로 진출하게 된다. 세잔은 에밀 졸라의 설득으로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졸라와 어머니의 지지와 격려 덕분애 함께 파리에서 그림을 그리게 된다. 힘겹게 시작한 화가의 길이었지만 자신의 그림을 알아주는 사람은 없었고 자괴감과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으며 점점 예민한 성격으로 변해갔다. 가난한 청년 졸라는 번번이 출판사들의 외면을 받지만 세잔의 한결같은 격려와 우정에 힘입어 위축되지 않고 끊임없이 습작하여 마침내 이상주의적 사회주의 작가로 성장한다.

 

세잔과 다니며 안목을 키운 졸라는 1865 년 살롱전에 올랭피아를 출품해 질타와 비난으로 곤경에 처한 마네를 옹호하는 예리한 글을 써서 더욱 주목을 받게 된다. 극심한 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졸라는 적당히 사회와 적절히 소통하며 인정받는 작가가 된다. 반면 부잣집 출신에 프랑스 주류에 속해있는 폴은 사회와 타협하지 않으려 하는 괴팍하고 고집이 센 외골수가 되어간다. 에밀은 부자가 될걸 아는 자의 가난은 다르지. 라며 폴이 거침없이 가난을 택할 수 있는 것은 폴이 원하면 언제든지 풍족한 삶으로 되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3. 세기의 거장 폴 세잔과 에밀 졸라의 우정. 중년기 이야기.

에밀은 성공한 작가가 된 후 자신의 거대한 저택에 초대한다. 어린 시절 폴의 거대한 집에 놀러 갔던 에밀의 모습과 대비된다. 승승장구하는 에밀은 좀처럼 미술계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폴을 걱정하는 듯하면서도 타인 앞에선 그를 평가절하한다. 그러면서도 자유분방한 폴의  성향을 동경하고 그림을 그리다 죽을 것이라며 그의 예술혼에 질투심을 발한다.

실제로 폴을 모티브로 한 에밀의 소설 걸작을 받은 폴은 자신의 치부를 이야깃거리로 사용하고 구제불능의 실패한 예술가로 그린 에밀에게 분노해 졸라에게 짤막한 답장을 보내고 30 년 이상의 우정을 끊어버렸다.

 

폴의 자신이 무기력한 화가로 그려진 것에 대한 분노에 에밀은 그 화가는 실은 자기 자신이라고 말한다. 팔리는 글을 써온 자괴감에 빠져 자신은 끝났다며 내 죽마고우가 아무것도 못 보고 아무것도 못 듣고 내 숨통을 끊고 욕을 퍼부었다. 라며, 내가 왜 자네를 좋아했는지 기억이 안 나, 자네는 너무 무정해 그래서 위대한 예술가가 못돼.라고 절규했다. 창작 앞에서의 고뇌와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절절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파리의 비평가들은 이 소설에 대해 실제와 허구를 넘나드는 인상파 화가들의 삶을 조명한 걸작으로 평했다. 이후로 그들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었다.

4. 세기의 거장 폴 세잔과 에밀 졸라에게 여자란 어떤 존재였나?

세기의 거장 폴 세잔과 에밀 졸라는 여자 문제에 관해서도 둘은 확연히 달랐다. 폴은 여자가 많은 반면, 에밀은 쑥맥이었다. 폴은 무엇보다 예술이 가장 중요한 사람으로 그 어떤 여자도 그 자리를 넘지 못했다. 폴은 심지어 자기 자신보다도 예술을 사랑했다. 그의 아내는 여자들과 자신을 예술의 도구로 쓰는 그에게 당신은 너무 인간미가 없다며 울분을 터뜨리기도 했다.

 

폴과 달리 에밀은 예술과 일상을 적절히 조절할 줄 아는 사람였다. 그래서 에밀과 폴 사이에 있던 가브리엘은 결국 에밀의 아내가 되기도 하지만, 훗날 하녀와 뒤늦게 사랑에 빠져 가브리엘을 버리게 된다. 자네 같은 절제하고 사는 사람은 마음속에 저수지가 있다던 폴의 말이 맞아떨어진 것이다.

5. 세기의 거장 폴 세잔과 에밀 졸라의 우정. 말년 이야기.

에밀은 돈과 명예는 얻었지만 동시에 예술가로서의 순수한 정기는 잃어버리게 된다. 더 이상 글이 나오지 않는 에밀은 어린 하녀 잔느를 새로운 영감을 불어넣을 뮤즈로서 원한 것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에밀은 자기에게 커다란 행복을 준 어린 하녀 잔느와 그 아들을 데리고 제2의 고향인, 그리고 폴이 있는 에스를 찾아간다. 이때 가브리엘은 둘의 사이를 인정하고 두 집 살림을 했다.

 

산속에서 그 소식을 들은 폴은 짐짓 냉정한 자세를 취하지만 곧 달려 내려가 청중 속에 섞여 그리움 어린 눈빛으로 에밀을 바라본다. 에밀에게 사람들은 드레퓌스 사건에 대 묻는다. 에밀은 여기에선 그런 이야긴 하지 말자며 넌지시 세잔의 안부를 묻는다. 산속의 은둔자라니 그놈의 성질머리. 재능이 있는 친구였는데 이젠 사산된 재능이라며 또 폄하의 말을 한다. 그리던 화구를 팽개치고 고꾸라지듯 딜려간 폴은 그 말을 듣고 조용히 돌아 선다. 에밀의 심연에 스며있는 열등감, 질투심이 서로 그리워하면서도 끝내 두 친구의 해후를 가로막은 안타까운 장면이다.

6. 세기의 거장 폴 세잔과 에밀 졸라의 우정과 늦은 폴의 전성기.

폴 세잔은 1895년부터 빛을 보게 된다. 그의 나이 56세. 당시 파리에서 가장 영향력이 큰 미술상 볼라르는 시골에 박혀 묘한 그림을 그리는 무명 화가 세잔을 찾는다. 세잔의 그림을 직접 보자마자 저시회를 기획했고 세잔은 생애 첫 개인전을 열었다. 이때 세잔은 간직하고 있던 20세 때 그린 가브리엘의 초상화를 내놓았다. 젊은 화가들 사이에서 세잔의 이름은 불처럼 퍼져나갔고 피카소가 말 한대로 현대미술의 아버지가 됐다.

 

졸라와의 관계를 물었을 때 세잔은 나는 졸라를 좋아한다. 매일 하인들에게 판매부수에 대한 이야기에 열을 올리고, 조각이 새겨진 거대한 책상은 징관 님이라도 뵙는 기분였지. 그래서 그의 집에 가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한편 에밀은 굴뚝이 막혀 질식사로 세잔보다 두해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 추억을 가진 이들은 행복하니 폴 자네가 나의 청춘이네 돌아보면 내 즐거움과 슬픔 하나하나에 자네가 함께하고 있어 오직 자네를 위해 이 글을 쓰네.라는 글을 남겼다.

 

세잔은 뒤늦게 얻은 명성의 과실을 누리기는커녕 계속 은둔자로 살다가 1906 년 폐렴으로 눈을 감기 직전까지 조용히 그림만 그렸다. 그림 그리다 죽겠다던 자신의 말처럼 영광의 길에서도 변함없이 위대한 화업의 길을 갔다. 한편 에밀은 굴뚝이 막혀 질식사로 세잔보다 두해 먼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 서로를 동경하면서 냉혹한 비판도 서슴지 않으며 동반 성장했던 그리고 애증과 갈등을 겪으면서도 서로 사랑했던 세기의 거장 폴 세잔과 에밀 졸라. 그들의 우정 이야기.  인간관계에 대한 깊은 사유를 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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